만화리뷰
나를 응원하는 세포들 머리 위로 똥글뱅이! <유미의 세포들>
[11월 리뷰]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네이버웹툰
김민서 2021.11.22


나를 응원하는 세포들 머리 위로 똥글뱅이! <유미의 세포들>


2015년 4월부터 6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인기 순위 최상위의 자리를 지키며 연재된 웹툰 <유미의 세포들>이 완결된 지 1년 정도가 지났다. 그사이에 우리는 유미와 유미의 세포들을 김고은 배우와 3D 애니메이션의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만화적으로 귀여운 세포들을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할지에 대한 많은 우려를 딛고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은 원작 팬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꽤 화제를 모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유미의 세포들>이 2021 부천만화대상에서 우수 만화상을 수상할 만큼, 인기와 화제성뿐만 아니라 작품성 측면에서도 인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유미의 세포들>은 무엇이 어떻게 특별한 것일까.

먼저 소재의 신선함이 큰 요인이다. 30대 직장인 여성이 세 번의 연애를 겪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가는 흔한 스토리가, 유미의 뇌 속에서 일하는 ‘세포들’의 존재로 독특한 색채를 얻었다. 이동건 작가는 뇌세포의 의인화라는 신선한 발상에서 시작해, 유미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 변화와 결정들을 특정 역할을 맡는 세포들의 상호작용으로 풀어냈다. 예를 들면, 길을 가다 발견한 원피스를 보고 패션 세포가 마음에 들어 하자 자린고비 세포가 옷은 새로운 계절에만 사야 한다며 발을 구르는 식이다. 유미의 프라임 세포인 사랑 세포가 유미의 짝사랑을 위해 유미가 더 예뻐져야 한다며 자린고비 세포를 벼락으로 구워버리면서 대결은 패션 세포의 승리로 끝이 난다.



이처럼 일상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디테일하게 표현해내 많은 공감을 얻었지만, 신선함과 적절함에 그쳤다면 도달하지 못했을 인기와 호평을 이뤄낸 것은 유미의 선택과 성장들을 통해 느껴지는 삶에 대한 통찰이다. 구웅과 사귀던 시절 서새이와 말다툼이 있었을 때 활약한 판사 세포의 존재가 흥미로운 예시다. 판사라면 응당 유미의 잘잘못을 따져야 하겠으나, 판사 세포가 한 일은 861번의 재판에서 오로지 “유미 무죄!!”를 외친 것뿐이다. 유미고시에 합격해 판사가 되기 전에는 유미가 죄책감에 시달릴 때마다 홀로 유미를 응원해서 세포들 사이에서 ‘윰덕‘이라고 불렸다는 판사 세포의 세포프리퀄을 보고 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불안 세포나 히스테리우스가 유미의 마음을 힘들게 할 때, 유미 편만 들어주는 세포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애초에 ‘유미의’ 세포들인데, 그들이 오직 유미를 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독자들은 주인공인 유미의 생각과 감정은 완전히 잘 알지만, 주변 인물들의 마음이나 의도에 대해서는 일부밖에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미에게 더 동화된다. 유미를 힘들게 하는 인물은 실제 그 인물이 잘못한 정도보다 더욱 비난하고, 유미가 한 잘못에 대해서는 비교적 너그럽게 봐주게 된다. 아니 사실 우리는 유미의 행동을 재단할 필요도 없다. 단순히 유미에게 공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유미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미의 행동들이 유미의 입장에서만큼은 온전히 합리화되는 것을 납득하며 독자들은 위안을 얻는다. 때때로 미성숙하거나 이기적인 선택들도 당사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나‘에게 집중하는 <유미의 세포들>의 주제 의식은 194화 ‘남자 주인공’에서 극대화된다. “웅이는 운명이야“라고 쓴 메모를 게시판에 붙이려는 유미에게 게시판 관리자 세포는 ‘남자 주인공은 따로 없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유미 한 명이기 때문이다. <유미의 세포들>이 단순히 여러 왕자님들에게 사랑받는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로맨스물과는 다른 노선을 택한 대목이다. 다만 결말은 진부한 로맨스물의 정석을 탈피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남자 주인공은 없고 주인공은 단 한 명이라던 세포들은 505화에 나오는 유미와 순록의 결혼식에서 엔돌핀 콘서트를 벌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미의 세포들>에 애정이 가는 이유는, 지금까지 유미를 지켜본 바로, 결혼도 유미의 엔딩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유미는 계속해서 선택을 해나가며, 글을 쓰고 사랑을 하고 살아갈 것이다. 사랑 세포가 프라임 세포인 유미의 삶은 종종 연애와 결혼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어쨌든 주인공은 유미뿐이다.



마지막화에서 유미가 잘 시간이 되자 세포들은 서로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눈 뒤, 독자를 향해 잘 가고 또 놀러 오라며 인사한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고맙다는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장면이면서, 동시에 지금까지 독자들 또한 ‘유미의 세포들’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유미를 위하는 유미의 세포로서, 유미가, 그리고 유미로 대표되는 우리 모두가, 언제나 어디선가 잘 살아가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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